법인카드 실적 늘어나는데 혜택은 줄여야 하는 카드사
법인카드 승인금액이 늘어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혜택을 줄이고 있다. 통상 카드 승인금액이 늘어나면 고객유치를 위해 더 공격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금융당국이 대형 법인에 대한 과도한 혜택 제공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개인 고객에 대한 혜택도 제한된 상황이라 카드사들은 업계 전체의 상품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걱정한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오는 12일부터 ‘ONE KB국민카드 기업체크카드’의 지방세 월 3000만원 이상 사용시 0.1% 포인트로 적립해주던 혜택을 없앤다. 삼성·롯데·우리카드 등도 법인카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는 지난 7월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카드사가 대형 법인에 대한 과도한 혜택 제공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법인 고객에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의 범위를 법인카드 이용액의 0.5%로 한정했다. 법인카드 발급·이용에 따른 총수익이 총비용을 넘어야 한다. 경제적 이익은 카드사가 법인 고객에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와 기금 출연, 캐시백 등이 포함된다.
카드사들은 대기업 등 법인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카드 매출의 1% 내외 금액을 캐시백 해주는 혜택을 줘 왔다. 법인 고객은 개인 고객보다 매달 결제하는 금액 규모가 큰 만큼 카드사도 이들로부터 높은 수수료 이익을 얻었다.
법인카드 혜택을 줄이는 카드사의 속내는 불편하다. 법인카드 실적이 늘어날수록 혜택 규모를 늘려 법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왔지만 그럴 수 없게 된 까닭이다. 여신금융협회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1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월(12조3000억원)보다 19% 늘었다. 법인카드 승인 건수도 1억1000만건에서 1억2000만건으로 7.8% 증가했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확대로 지난해보다 기업의 외부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체크카드 승인금액은 74조3000 80조7000억원으로 8.6% 많았다. 법인카드의 승인금액 증가율이 전체 카드 승인금액 증가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카드사는 혜택 축소로 업권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개인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줄이라고 주문했기에 카드사들의 영업 활동 폭이 이전보다 축소됐다. 금융당국은 2019년에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카드사가 상품을 만들 때 예상 손실이 수익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과도한 부가 서비스 탑재를 막았다. 지난해에는 아예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 내용을 구체화했다. 카드사들은 적자를 보며 고객을 모았던 혜자카드를 없애야 했다. 반면 이틈을 타서 빅테크업체들은 추첨을 통해 수천만원을 제공하고 결제시 카드사보다 높은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개인, 법인고객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게 당장은 비용절감 효과가 있겠지만 카드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또 이는 추후 카드 수수료 재산정을 위한 적격비용 산출에서 수수료 인하 여력으로 간주돼 카드사의 수익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