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TECH REVIEW] 도로위 달리며 모은 데이터 협업 클라우드가 처리…미래車 온다
현대오토에버 미래 모빌리티
차량용 SW 전문기업 목표로
엠엔소프트·오토론 흡수합병
그룹 클라우드 퍼스트
선봉
올해부터 6년간 1조5천억 투자
핵심 요소는 협업 클라우드
운행·주행거리·운전습관 등
다양한 정보 수집하고 분석
컴퓨터처럼 車 활용 극대화
커넥티드카 대중화도 호재
“미래 자동차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처럼 소비될 것이다. 전자부품이 늘어나고 데이터 양도 폭증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쓸 수 있고, 소프트웨어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자동차의 정의도 전통적 내연기관과 기계 부품으로 구성된 하드웨어 중심 기기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로 바뀌고 있다.”
커넥티드카, 전기차, 자율주행 시대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발전과 5G 통신망을 타고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디자인과 제조 등 생산 단계는 물론 실제 고객 경험까지 PC나 스마트폰을 쓰는 것 같은 소프트웨어(SW) 중심 기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스태티스타는 2020년 약 1억8000만대 규모인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이 2023년까지 3억5000만대로 연평균 24%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일찍부터 이 같은 변화를 예측하고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 현대오토에버가 지난 4월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토론을 흡수·합병하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테크 기업,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을 목표로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의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과 이를 주도하는 현대오토에버 사업구조를 분석했다.
◆ 자동차도 PC처럼 데이터 처리
현대오토에버는 합병 후 사업모델과 비전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 3사의 주력 사업이 합쳐지면서 사업 영역이 방대해진 것은 물론이다. 차량 제어, 지도와 내비게이션, 커넥티드카, 스마트팩토리, 고객 응대 시스템까지 생산과 소비의 끝단까지 전 주기에 걸쳐 SW 혁신을 주도한다. 3사가 각각 영업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사업 영역이 넓어졌다.
현대오토에버는 기존에 서비스하던 빅데이터, 그룹웨어, 생산 관리, 자율주행 인프라스트럭처, e커머스 등의 플랫폼 외에 차량 전장 SW 개발 플랫폼, 카클라우드 플랫폼, 지도 데이터·플랫폼, 스마트팩토리 플랫폼까지 관리한다. 향후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부사장)는 지난 7월 온라인으로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6년 매출 목표로 3조6000억원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6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혁신에 필수인 인력 충원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5월 상반기 공채를 시작으로 연내 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4700명(7월 기준) 수준인 임직원 수는 2026년 7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통합 3사의 첫 수장으로 서 대표가 임명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컨설턴트 출신으로 KT와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에서 핵심 사업을 주도한 전문가다.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현대차·기아 차량지능화사업부장, ICT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클라우드 플랫폼, 빅데이터, 카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SW 분야에서 신기술 발굴과 개발을 이끌었다. 전체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할 정도로 쇄신의 폭이 큰 데다 다양한 신규 사업도 준비해야 하는 만큼 큰 그림을 보고 전략을 짜는 컨설팅 능력을 중요하게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SW 전문회사로 재탄생한 현대오토에버의 핵심 키워드는 ‘협업 클라우드’다. 개별 컴퓨터로 성능 좋은 서버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이듯, 자동차도 클라우드와 ‘협업’해 컴퓨팅한다는 개념이다. 김지윤 현대오토에버 기술총괄사업부장(상무)은 “차가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데이터 양도 폭증할 텐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가 필수”라며 “협업 클라우드는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만들어갈 미래 자동차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차내에 컴퓨팅 연산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를 클라우드가 처리하면서 차는 가벼우면서도 훨씬 더 똑똑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2022년 본격적인 협업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자동차는 운행정보와 주행거리, 차량 상태, 운전습관 등 다양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현대오토에버의 협업 클라우드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고 클라우드로 보내 분석한다. 이런 데이터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 상무는 “예를 들어 과거 블루링크에서 처리하는 데이터 양이 1이라면 협업 클라우드는 100배가 넘을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은 자동차 생산공정에도 적용돼 데이터 분석 결과가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에 활용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이유는 결국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고객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알려주는 ‘예측 정비’가 대표적이다. 제조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데이터 분석으로 사전에 예측해 대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 SW 구독 서비스 글로벌 확장
현대오토에버는 중기 사업 전략으로 ‘클라우드 기반 차량 연동 서비스’와 ‘플릿 매니지먼트 시스템’ ‘차량 SW 통합개발 환경 플랫폼’ 전략을 제시했다. 이 모든 전략은 클라우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인프라(IaaS)보다는 서비스(SaaS)와 플랫폼(PaaS) 중심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PaaS란 클라우드 환경에서 개발할 때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말한다. 특히 ‘차량 SW 통합개발 환경 플랫폼’은 현대오토에버 PaaS의 핵심이다. 현대오토에버는 ‘모빌진’이라는 운영체제(OS)로 더욱 효율적이고 신속한 개발 표준을 제공한다. 차량 SW 개발 환경을 통합하면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검증과 테스트는 물론 완성차와 차량 부품사를 포괄하는 개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차량 SW는 일반 SW보다 훨씬 더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사소한 오류에도 자칫 탑승자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이 본격화될수록 SW가 선제적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현대오토에버가 ‘SW 구독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김 상무는 “과거 시스템통합(SI) 회사일 때처럼 현대차가 발주하고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선제적으로 투자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현대차가 ‘구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독 서비스는 현대오토에버의 고성장을 이끌 주역으로 꼽힌다. 올해 약 3700억원으로 예상되는 구독 분야 매출은 2026년 83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자동차 생산과 소비에서 SW가 중요해질수록 현대오토에버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만큼 글로벌 지원 역량도 강화한다. 클라우드 설계 시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안 요건과 기준에 최적화되도록 구현됐고 각국의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세계 표준 인증을 받는 것은 물론, 자체 개발한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기성 제품인 퍼블릭 클라우드(AWS, MS 등)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세계적인 신차 출시 이벤트나 연휴 교통정보 제공 등 트래픽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커넥티드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기회다. 커넥티드카는 차량을 클라우드와 실시간, 양방향으로 연결해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궁극의 목표’인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일찍부터 커넥티드카 전략을 발표하고 자동차가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현대차 커넥티드카는 내년 약 1000만대를 넘어 2025년 3000만대, 2030년 7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의사결정권은 현대차에 있지만 수집과 분석, 관리는 현대오토에버가 맡는다.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현대오토에버의 몫이다. 김 상무는 “특히 북미시장에서 고객 반응이 매우 좋다. 커넥티드카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분석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활용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통틀어도 이 정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회사는 드물다. 독자 플랫폼을 개발하고 오픈소스로 개발자들에게 공개해 모빌리티 테크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찬옥 기자]